상품을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안정적으로 사입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알고 계신가요?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는 소매업보다는 도매업이 더 적성에 맞을 수도 모릅니다.
도매 사업은 생산자와 소매업자를 연결하는 중간 유통 단계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다시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입니다. 즉, 일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매업과 달리, 거래 규모와 방식이 훨씬 크고 계약의 중요성이 높습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도매 계약을 진행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단계부터 분쟁 발생 시 대처 방법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도매 계약, 이렇게 준비하세요
1. 안정적인 공급업체 찾기
어떤 상품을 취급할지 결정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찾아볼 차례입니다.
제조업체나 브랜드의 영업 부서에 전화나 이메일로 직접 연락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가장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연락이 잘 닿는다면, 직판 루트를 개척하거나 독점 유통업체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업종의 박람회를 찾아가 상담을 받거나, 관련 협회에 가입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도매 사업을 소규모로 시작한다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방문해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국내 도매시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대문시장: 의류 및 부속
- 남대문시장: 의류(특히 아동복)
- 방산시장: 지류 및 포장재
- 신설동종합시장: 가죽
- 용산전자상가: 전자제품 및 각종 부품
-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주방용품, 가구
- 동대문 문구완구시장: 문구, 완구
- 부산 평화시장: 의류
- 부산 자유시장: 의류, 신발, 잡화
온라인에서도 도매 유통 업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도매 전문 쇼핑몰은 물론, 일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B2B 도매 거래가 가능합니다. 다음은 도매 사업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B2B 거래 사이트입니다.
공급업체를 찾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저가 상품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닙니다. 가격뿐 아니라 아래와 같은 요소들도 반드시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품질: 제품의 품질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마크, KS마크, ISO 9001, HACCP 등 공신력 있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일단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샘플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추후 품질 문제로 예상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 물량: 공급업체가 제공할 수 있는 공급 가능 물량 규모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업체는 최소 주문 수량(MOQ)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기도 합니다. 시장 수요나 창고 보관 여건과 맞지 않을 경우, 과도한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품은 마음에 들지만 공급 가능 물량이 부족하다면, 해당 상품은 도매보다는 소매 판매용으로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 납품 조건: 정기적인 납품, 배송 방식과 납기 소요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뿐 아니라 납기 지연 시 보상 규정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 정산 주기: 물품 대금을 언제 정산해야 하는 지 확인하세요. 예를 들어, 상품 인도 시 즉시 정산해야 할 수도 있고, 1~2개월 이후에 정산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금 보유 상황이나 회전 주기와 잘 맞는 정산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견적서 받기
공급업체를 결정하셨나요? 처음부터 한 곳으로 단정짓기 보다는, 후보 업체를 3~4곳 선정하고 견적서를 받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도매 가격이 적용된 견적서를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을 요구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품 가격과 공급 물량 외에도, 다음 항목들을 필수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하세요.
- 제품 규격: 제품의 사이즈, 색상, 재질 등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특히, 요청한 규격과 수량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꼭 점검해야 합니다.
- 부가가치세: 제품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는지, 별도로 표시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부가세 포함 여부에 따라 단가가 달라 보일 수 있으므로 견적 비교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배송료: 배송 수단이 사전에 협의한 방식과 일치하는지, 배송비가 시세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지 검토하세요. 또한, 배송료가 별도 항목인지, 공급가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기타 실비: 업종에 따라 납품 과정에서 부대 설비나 인력 투입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실비가 적정하게 책정되어 있는지, 또는 불필요한 항목이 포함되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여러 업체의 견적서를 비교 분석하면,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품질, 조건, 신뢰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더 안정적이고 유리한 거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3. 계약서 작성
견적 비교를 통해 최종적으로 거래 업체를 결정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계약 체결 단계에 들어갑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계약서 없이 견적서와 구두 약속만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분쟁 시 불리한 입장에 놓이거나,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급된 상품이 계약과 다른 품목이거나, 불량률이 높거나, 납기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계약서가 없다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법적 대응이 불가능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 계약 당사자의 정보: 공급자와 구매자 양측의 회사명, 대표자 성명, 주소, 사업자등록번호(개인인 경우는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 물품 공급 내역: 제품의 명칭, 규격, 수량, 납품 일정, 포장 및 배송 방식 등 물리적 제원과 거래 조건을 상세히 명기합니다.
- 결제 조건: 총 공급 금액, 부가세 포함 여부, 결제 일정(선불, 후불, 분할 지급 등), 결제 방식(계좌이체, 현금 등)을 명확히 기재합니다.
- 품질 기준 및 사후 처리: 불량 기준, 교환 및 반품 조건, 사후 처리 절차 등 품질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처리 방법을 명시합니다.
- 분쟁 해결: 계약 위반 시 책임 소재, 손해배상 방식, 관할 법원 또는 중재 기관 등을 명확히 기재합니다.
- 기타 조항: 지체 배상금, 지적 재산권 관련 내용, 비밀유지 조항 등은 가급적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에 계약의 양 당사자가 직접 찍은 도장 또는 서명이 있어야 계약의 법적 효력이 완성됩니다. 계약서는 총 2부를 작성하며, 양측이 각각 서명(또는 날인)을 마친 뒤 1부씩 보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4. 계약 이행: 거래 시작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 및 날인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거래를 진행해도 좋습니다. 공급자는 정해진 기한 내에 사전에 합의한 방식으로 약속된 상품을 납품하고, 구매자는 이에 대해 약정된 일정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면 됩니다.
거래 과정에서 꼭 챙겨야 할 주요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세금계산서: 공급자는 구매자에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거래임을 증명하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합니다. 이는 회계 처리와 세금 신고 시 필수 자료로, 발행일자와 금액, 공급자 및 구매자 정보가 정확히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 인수증(납품 확인서): 물품이 입고되면 구매자는 물품을 정상적으로 인수했음을 증명하는 인수증 또는 납품 확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해당 서류는 추후 불량, 분실, 수량 부족 등과 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 입금확인증: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음을 증명하는 문서입니다. 은행 이체를 이용한 경우,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이체 확인증을 발급받거나 계좌이체 내역서를 출력해 보관하면 됩니다. 현금 등 은행을 통하지 않은 거래라면, 반드시 공급자의 서명이나 직인이 포함된 입금확인증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처럼 거래 관련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고 보관해 두면,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매 계약 분쟁시 도움받을 수 있는 곳들
도매 계약을 체결한 뒤 대부분의 거래는 문제없이 진행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나 상대방의 불성실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급자가 계약과 다른 상품을 납품하거나, 납기를 심각하게 지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매자가 정상적인 물품을 수령하고도 불량이라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신력 있는 기관의 중재나 법적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도매 계약 분쟁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요 기관과 절차입니다.
대한상사중재원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상설 법정 중재기관입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 조정, 알선 등의 절차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제공합니다. 분쟁 초기 단계이거나 별도의 법률 자문을 받기 어려운 경우라면 먼저 대한상사중재원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해외 업체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도 국제 중재 및 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할 수 있어, 수출입 거래 관련 분쟁 해결에 적합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법의 위반에 따른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예를 들어, 공급처가 도매 가격의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일방적으로 정해 강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46조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처가 동일한 상품을 다른 업체에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 강제나 불공정한 거래 조건이 있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조사를 요청하고 시정명령이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국세청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거나, 기타 세금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출입과정에서 이중과세를 당했거나 부당하게 세금이 부과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국세청에 문의하여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
중재나 조정을 시도했음에도 해결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절차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때는 상법 및 민사소송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관할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지역이 우선하며,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매 사업 계약 FAQ
소량의 상품을 일회성으로 사입하고, 당일에 정산할 예정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계약서가 꼭 필요한가요?
첫 거래라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금 확인증, 인수증, 녹음 파일 등의 자료가 보조 증거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계약서만큼 명확하고 법적 효력이 강한 증거는 없습니다. 거래 규모가 작아 정식 계약서 작성이 부담된다면, 최소한의 핵심 항목만 기재한 간이 계약서라도 작성해 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사업자등록증 상의 업종에 도소매업이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도매 계약이 가능한가요?
사업자등록증에 도·소매업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도매 계약 체결은 가능합니다. 다만, 등록된 업종과 실제 사업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세금 신고나 비용 처리 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도·소매업 관련 업종을 하위 항목까지 상세히 추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홈택스나 세무서를 방문하면 비교적 간단히 업종을 추가할 수 있고, 법인사업자는 정관 변경 등 절차가 필요하므로 세무사나 회계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도매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은 어떤 것이 있나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거래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액과 이행 지연에 따른 지연 이자, 그리고 중재 또는 조정 절차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